한글 디자인은 근래에 들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디지털 폰트 사용이 늘어나면서, 한글꼴 디자인 시장이 급 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 이제 사람들은 원하는 글꼴을 직접 선택해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블로그 포스팅을 작성하는 시대를 산다. 무엇보다 돈을 지불해서 폰트를 구입한다는, 전에 없던 대중의 인식 변화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그 뿐만이 아니다. 현대카드, 태평양 등 대기업과 전라북도, 서울시 등 자체단체의 고유 서체 개발이 한글 디자인 개발에 동력을 싣고 있고, 광고와 영화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속에서 급증한 캘리그래피도 한글의 아름다움을 감성적으로 대중에 널리 소구하고 있으며,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을 선두로 한글 디자인 소스가 사용된 다양한 제품이 출시, 큰 호응을 얻으면서 대중적 관심을 ‘붐업’시켰다는 평가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해야 했던 한글꼴 디자이너 이용제는 이 다급한 변화에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할 터. 대학시절부터 현재까지 10여 년, 남들은 그 가치를 몰라줬어도 한글 디자인이라는 한 우물을 묵묵히 파왔던 그이기에 이러한 변화가 갈증을 씻어줄 단비처럼 느껴질까.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92학번인 이용제는 한글 디자이너 1세대인 안상수, 한재준 교수의 한글 디자인 수업을 통해 한글꼴 디자인의 남다른 매력에 이끌렸다고 한다. 소모임 활동을 이어가며 흥미와 관심을 키워나갔던 그는 자연스럽게 이를 업으로 삼을 결심을 했다.
졸업 후 굴지의 디자인 에이전시에 취업하는 대신, 1인 회사인 ‘한글디자인연구소’를 창업했다. 하지만 협소한 시장 상황에 부딪치며 5년 만에 폐업했다. 2004년 다시, 글꼴 디자인 사무소 ‘활자공간’을 열고 현재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진행해왔다. 가로쓰기용 돋움체, 최초의 세로쓰기 전용서체 ‘꽃길’, 태평양 아모레퍼시픽의 전용서체 ‘아리따’ 등이 바로 그의 손에서 탄생한 대표적 서체들이다(아리따 체는 안상수, 한재준, 안그라픽스와 공동작업이다). 새로운 서체를 개발하는데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이상의 작업 시간이 소요되니, 10여 년 세월이 훌쩍 흘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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